력탐정 - 괴목결의 1. -

Posted 2012.01.09 02:52


블로그 되살리기 프로젝트!
일단 그간 소홀히해서 미안해, 내 블로그.ㅠㅠ
그래도 깨알같이 노래들은 듣고 있었다구!!!!!!!!!!!!

다른 것들은 천천히 따라잡고, 써놓은 플롯 하나라도 완성시키자는 의미에서.
사실은 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는 것도 이유로군.-_-; 아무튼 이거, 완성시켜보자!


굼띄고 겁많은 력탐정, 출동!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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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력탐정 테마곡. Rodrigo Y Gabriela - Diem >





"야, 너 이게 뭐야!!! 당장 컨텍트 안껴?"
"컨텍트 렌즈끼면 눈아픈데..."
"그러니까 니가 뱅력소리를 듣는거야! 이거 끼고 돌아다니라니까?"

( 화창한 봄, 어느 카페에서의 오후. ) 

"어머, 이 꼬마 누구야?"
"귀엽지? 내 사촌동생이야."
"니네 집 광대는 유전이구나. 그런데 이 쪽이 훨씬 좋은걸?"
"훗, 뭘 모르시는구만. 광대족은 3D의 상징이야.
 할리웃가면 씨도 안먹힐 무광대족들은, 입체의 위엄따위는 영원히 모르겠지."  
"그러면서 사진 각도 따지기는. 꼬마야, 누나가 볼 한번만 꼬집어봐도 될까?"
"진짜 귀엽다! 복숭아같은 얼굴이 여기있네."

( 시끄러워. 시끄러워. 내 얼굴 왜 만져? 만지지마! 내 광대 꼬집지 좀 말라고!!! )

"자, 이제부터 줄넘기를 한다! 하루에 300개. 오케이?"
"누나가 뭔데 내 운동량을 결정해???"
"솔직히 얘기해서. 니가 키가 훤칠하냐, 남성 호르몬이 넘쳐나기를 하냐.
 너처럼 곱상하게 생긴 애들은 야리야리해야, 여자라도 사귀어본다니깐!!! 니 친구, 규 못봤어?"
"아, 진짜!! 여기서 규 이야기가 왜 나와?"
"초중고 같이다녀. 대학도 같은 대학이야. 그런데 한 명은 여자가 따르는데, 
 너는 몸.매.의 이유로 안따르면. 좋겠냐? 나 그 꼴 못본다. 따라 나온다, 실시!"
"-_-"
"안나와, 안나와, 안나오냐고!!!"

나간다,
나간다고.
나간다니까?

썩을. 내, 드러워서 한다!!!

"내가 드러워서 하는거야, 하는거라고!"

따르르르르릉................

"아, 꿈이었구나."

'진짜 징글징글하다. 아직까지 이런 꿈을 꾸고. 진드기같은 누나. 썩은 사과같이 생겨서는, 억지로 유학가더니. 잘 살고있나?' 개강을 앞둔 월요일. 지옥과도 같던 사촌 누나와의 일화가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는 꿈을 꾼 려욱은 땀으로 뒤범벅이 된 몸을 씻으러, 화장실로 향했다. 쏴아. 샤워를 하며 오늘 무슨 일을 할지 생각해봤다. 드디어 지옥같은 고등학교에서 해방되었지만, 대학 생활도 그리 재미있을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려욱은 특별히 모가 났다거나, 별난 행동을 하는 것은 없었다. 교우관계나 선생님과의 사이도 무난했다. 하지만 이런 잔잔한 물과 같은 나날은 들끓어 오르는 치기어린 호르몬을 잠재울 수가 없었다. 신나는 사건은 본인이 직접 일으키면 된다는 생각에, 억지로 사건을 만들어보기도 했다. 초등학교. 동네 아이들을 꼬드겨, 수박서리를 하러 갔다. 하지만, 정작 주동자인 려욱은 수박이 무겁기도 하고, 들고 오는게 귀찮아, 먼저 집에 돌아왔다. 뒷날, 서리한 아이들이 된통 혼나고 있을때, 려욱은 부모님에게 '우리 려욱이는 나쁜짓을 하지 않는 착한 아이'라는 칭찬을 들으며, 졸지에 정직한 아이가 되어버렸다. 중학교 시절, 여름 보충수업을 받으러, 학교로 향하던 발걸음을 돌려, 가출을 감행했다. 그렇지만,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서 잠을 자기가 싫어, 집으로 돌아갔다. 오늘도 재미있는 일은 실패라고, 혼자 슬퍼하며 터덜터덜 걸어서 집에 도착하자마자, 하필 그날따라 온도계의 수은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날씨덕에 더위를 먹었는지, 픽..하고 그대로 쓰러졌다. 다행히 주머니에는 돈이 없던 려욱이 선택할 수 있었던 유일한 옵션인, 도서관에서의 식권이 발견되어, 부모님들은 공부하다 애가 진이 빠졌다며, 인삼과 사골등으로 몸보신을 시켜주셨다. 고등학교 시절. 갑자기 불어버린 몸무게덕에, 남녀공학이었던 학교에서는 그리 인기있지 않았지만, 인기좋았던 규혀니와 절친이어서, 재미있을 것 같은 일은 빠짐없이 참석할 수 있었지만, 결국 신나는 장소에 있었던 것일 뿐. 알 수 없는 허전함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그리고 오늘부터, 대학 생활을 시작한다.

"이제부터는 좀 재미있으려나? 곰, 대학 생활은 신이날까?"

옷을 입고 거울을 보며, 스탠드에 매달린 날아다니는 곰 인형을 툭 건드린다. 어린 시절, 사촌 누나의 친구가 주었던, 슈퍼맨 망또를 매달고, 날아다니는 자세를 하고있는 곰인형이 달려있는 모빌. 이것저것 요구하는 사촌누나와는 다르게, 늘 귀엽다고, 좋아하던 초코 파르페를 사주던 누나. 가벼운 웨이브가 진, 긴 머리를 한 누나는 려욱에게는 첫사랑과 같은 존재였다. 오.라클에 입사하여, 해외로 나간다는 누나의 싸이를 보며, 밤마다 눈물 흘리기를 일주일 동안이나 하였을 만큼, 려욱이에게 큰 의미를 차지하고 있는 사촌 누나의 친구. 그 누나가 한국을 방문했을때 주었던 모빌은, 지금까지도 스탠드 옆에 곱게 달려있었다.

"날곰, 나에게 행운을 빌어줘. Chu~"

곰인형에게 키스를 날리고, 집 밖을 나섰다. 버스를 타고 학교를 향하는 길. 창 밖을 내다본 풍경도, 캠퍼스안을 돌아다니는 풍경도, 새로울 것이 없었다. 재미있는 일은 언제나 려욱을 비켜가는 듯한 생각이 들었다. 입학하고 처음 등교하는 대학 안은, 가는 길 가마다, 동아리에 가입하라는 광고와 홍보로 정신이 없었다.

'아... 시끄러워.'

어제, 오랜만에 전화를 한 사촌누나는 다짜고짜 이제는 취업 준비를 1학년부터 해야한다며 말문을 열기 시작하더니, 투자 동아리나, 토익 동아리. 모의 면접 동아리나 공모전을 준비하는 동아리등, 취업에 도움이 되는 동아리를 미리 조사 해 두었다며, 본인이 추천하는 동아리에 들어가라고 려욱에게 일장연설을 늘어놓았다. 려욱의 부모님 역시, 우리 려욱이는 동아리도 신중하게 선택할 것이라며, 착한 아들은 원하는 대로 해 줄것이라는 눈빛을 보내시는 것이었다. 그런 부모님에게, '대학 시절만큼은 내가 하고싶은 일을 하며 살 것!'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힘들게 낳은 외동 아들인 자신을 어떤 마음으로 키우셨는지 너무 잘 알기에, "네."라고 대답을 한 려욱이었다. 그런 자신이 너무 답답하게 느껴졌지만, 차마 부모님의 기대를 거스르는 말은 할 수가 없어, 활기차기만 할 것 같은 대학 생활을 시작하는 첫 날부터, 입고 온 하늘색 셔츠와 상반되는 먹구름이 려욱의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새로운 부원을 모집하느라 시끄러운 동아리들이 점령한 길, 그 끝에 두 명의 남학생이 조그만 책상을 놓고, 앉아 있었다. 동그란 커피 테이블과 등받이 나무의자 두 개. 그 위에는 동아리 가입양식이 프린트된 종이와 만년필. 그리고 커피 포트가 올려져 있었다.

"형, 커피 포트는 왜 들고와!"
"원래 커피는 수사의 시작이야."
"뭐? 수사의 시작? 누가?"
"셜.록 홈.즈가."
"어디서 그런 말을 했는데?"
"셜.록 홈.즈를 그린 드라마에서는 커피를 꼭 찾는단 말이야."
"드라마. 어떤 시리즈, 어디에서 언급했다고 말하면 또 몰라. 진짜 매니아맞아, 예송형?"
"뭐라고? 나의 덕력을 의심하다니!!!! 나 이래뵈도 교내 추리대회에서 일등 한 사람이라고!"
"그래. 같은 해, 같은 대회에서 그랑프리는 나고. 그런데 참가자는 둘이고."
"이동해. 너의 수상 경력을 스스로 폄하하다니. 실망이야."
"나도 실망이야. 이게 뭐야! 하필 이 쪽은 사람들도 거의 오지 않는 길인데! 부장이 뭐 이래?"
"동해야,동해야,동해야. 원래 수사는 한적한 곳에서 이루어지는거야. 좋지않냐? 연못도 옆에 있고."
"그러니까 벌레가 꼬이지. 이러니까 사람들이 여기를 오냐고!!! 인기 동아리, 만들자며?"
"원래 인기 동아리는 격이 있어야 되고, 격이 있는 동아리는 소수 정예제가 핵심이지."
"아, 몰라. 모르겠다. 나 수업들어 가야돼."
"이런 중차대한 날에 수업이라고? 야, 이건 우리의 자존심이 달린 문제야. 지금 수업이 우선이냐?"
"나 가야된다고!!!"
"교양이잖아! 아팠다고 해, 그냥!"

거의 모든 사람들이 동아리를 가입하려는 신입생들과 떠들고 있는 사이, 잘못 만들어진 하수 처리시설로 악취가 피어오르기로 유명한 연못쪽 길가를 차지한 추리 동아리는 단 둘 뿐인 회원들끼리 아웅다웅 하고 있었다. 서로 설전이 오가는 중에도, 그 둘의 마음속에는 올해에는 기필코 괜찮은 신입생을 선발하여, 학내 인기 동아리로 발돋움 하려는 마음만은 뜨거웠던지라, 아무도 오지않는 자리를 차지할 수 밖에 없었던 아쉬움에 대한 말다툼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도, 흘끔흘끔 지나가는 사람들을 쳐다보며, 리쿠르트 할만 한 사람이 없는지, 계속 살펴보고 있었다. 얼굴은 메이저인데, 활동은 마이너라는 오명을 이번에는 씻어야 하지 않겠냐는 예성의 말에, 동해가 수업을 포기하며, 신입부원의 모집에 대한 결의를 다지는 순간, 그 둘의 눈에 무표정하게 걸어오는 려욱이 들어왔다.

'이 사람이다!'

마치 배경에 녹아들어간 듯, 특별한 존재감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얇은 선을 그리고 있는 얼굴의 부드러움과 대비되는 날카로움을 지닌 려욱의 외형은, 동해와 예성에게 그 사람이 올해의 새로운 신입부원이 되어줄 것임을 직감하게 만들었다. 둘은 직감한 신입부원을 놓치지 않기위해, 황급히 예성은 의자에 앉고, 동해는 얼굴에 완벽한 영업용 미소를 띄우고는, 려욱에게 접근했다.

"혹시, 이번에 새로 들어온 신입생?"
' 이 사람은 뭐지? '
"아, 난 SJ대학 2학년에 재학중인 이동해라고 하는데. 이름이 어떻게 되요?"
"전 올해 새로 들어온 신입생이 맞고, 이름은 김려욱입니다, 선배님."
"반가워요, 려욱 후배님. 그런데 지금 어디 가는 중?"
"아, 제가 투자 동아리를 찾으려고 하는데, 어디에 있는지 몰라서..."
"투자 동아리? 그렇다면, 잘 찾아 오셨어요, 후배님. 이 쪽으로."

동해가 가르킨 곳을 보니, 커피 테이블에 등받이가 있는 조그만 나무 의자가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 위치해 있었다. 그리고 그 곳에는 카키색 버.버리 코트를 입은 남자가 연못을 등지고 앉아, 려욱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저 사람은 뭐지? 이상해.'라고 생각하는 순간, 눈을 마주친 예성이 한 쪽 입꼬리가 올라간 묘한 표정을 짓자, 려욱은 그 곳에서 도망치고 싶었으나, 만면에 미소를 띈 동해에게 팔을 붙들려, 그 곳으로 끌려가고 있었다. 기다리고 있던 예성의, 자리에 앉으라는 권유에도 불구하고, 려욱은 가입 양식위에 쓰여진 '추리 동아리'라는 클럽명을 보고는, 본인은 이미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음악 동아리에 들어가기로 했다며, 제의를 거절하였다. 그리고 일어서려는 순간, 려욱의 눈에 초고속으로 살색을 띈 긴 물체가 다가오더니, 스윽하고 얼굴의 특정 부위를 훑는 느낌이 들었다.

"음...좋은 인중이야."
"헉. 바..방금 뭐하신 거예요?"
"후배님, 일단 진정하시고. 커피라도 한 잔 하실래요?"

예성의 급작스런 인중 터치에 놀란 려욱에게, 동해는 커피를 권하며, 려욱이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게, 한 손으로는 커피를 따르고, 다른 한 손으로는 려욱의 어깨를 누르고 있었다. 동해의 재빠른 행동으로 또 일어날 타이밍을 놓친 려욱이 모든 것을 체념한 듯,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맛있어요?" 하고 예성이 묻자, 려욱은 "예. 마실 만 한데요. 그런데 이거 커피 맛이 왜 이래요?"라고 대답하자, "내 그럴 줄 알았어, 알았다고!"라는 말을 외친 예성은 뛸 듯이 기뻐하며, 큰 웃음을 터뜨리는 것이었다.

"동해야 봤지? 올해 우리는 드디어 세 명이 된다고!"
"잠깐, 나 유니폼 좀 입고. 우리는 이제 커플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어!"
"이게 얼마만이야!!! 이런 날은 역시 영화!"
"동아리방에 가서, 영화를 돌려봐야겠다. 아, 그런데 그거 잡학 동아리에 빌려줬는데!"

그나마 이성적으로 보이던 동해마저, 의자에 걸려있던 버버리 코트를 챙겨입는 모습을 보니, 려욱은 더더욱 도망치고 싶었다. 3월의 대학 캠퍼스. 동그란 커피 테이블과 이상한 맛의 커피. 그리고 코트를 입은 두 남자. 그 두 남자가 손을 붙잡고, 기뻐하는 모습은, 드디어 버.버리맨이 학교를 정복했다며, '제복 앞으로 대동단결!'을 외치던 어느 만화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피곤하기도 하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보는 신기한 광경에 넋놓고 둘을 바라보던 려욱에게 동해가 물었다.

"후배님은 이 커피의 맛, 어디가 이상한거죠?"
"커피맛이 난다 한들, 커피가 티.오.피가 아니온데, 어떻게 커피라고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야야, 봤지? 장.금이적 센스와 광.고적 트랜드의 신 조합!"
"형, 우리가 역시 보는 눈은 있다니까!"

려욱이 툭 내던진 한 마디에, 미친듯이 감격해하는 그 둘을 보고, 려욱은 '아, 여기는 절대 들어가면 안될 곳이구나. 이렇게 이상하니, 이런 곳에서 부원 모집을 받지.'라는 혼잣말을 하며, 예성과 동해에게 자신은 추리 동아리가 아니라, 투자 동아리에 가입하려 한다, 그래서 이 곳은 가입할 수 없다고, 다정하지만, 단호한 말투로 못을 박았다. 그리고 황급히 그 곳을 뜨려하는 찰나, 예성이 려욱에게 물음표를 던졌다.

"넌 궁금하지 않아?"
"네?"

뜬금없는 예성의 질문에 놀란듯한 려욱의 대답에도, 추가 설명없이 예성은 려욱에게 질문을 계속 이어갔다.

"왜 너의 대답 하나에 우리가 이렇게 기뻐하는지."
"아..네. 그런데 이건 누구나 맞출 수 있는 맛이 아닌가요?"
"그건 둘째치고 왜 투자 동아리에 들어가려는 거야?
 우리 동아리에 들어오면, 버.버리 코트를 유니폼으로 받을 수 있어! 이건 중요한라고!!"

말이 이어지질 않는다. 갑자기 피곤이 몰려오며, 평상시 말이 그리 많지 않은 려욱은 본인도 모르게,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저는 미래에 좋은 직장에 취직하고 싶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말하는 좋은 직장, 그러니까 괜찮은 연봉, 적당한 복리후생에 이름을 들으면 누구나 아는 회사를 들어가려면, 몇 가지 방법이 있겠죠. 일단 직장을 카테고리로 나누어 본다면, 크게 공무원과 회사원으로 나눌 수 있는데, 저는 공무원이 되고 싶거든요. 그런데 공무원은 연봉이 회사원보다 상대적으로 좋지 않을 가망성이 많기 때문에, 미리 투자 동아리에 들어서, 재테크 전략을 배우고 싶기도 하고, 혹시나 금융권으로 도전할 때, 도움이 될 까 해서 들어두려는 것 뿐이예요. 반면, 커피맛으로 부원을 판단하고, 들어오면 가짜 버.버리 코트를 유니폼으로 주신다는 추리 동아리는 논리적으로 모순이 많기 때문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침묵. 려욱은 큰 실수를 저질렀다고 생각했다. 평상시 '마음속의 진심을 너무 많이 드러내서, 좋을 건 없다.'라는 지론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렇게 한 번에, 그것도 처음 본 사람, 게다가 학교 선배에게 부정적인 말을 내뱉은 려욱은 후회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그런데 왠 일인지, 잠시 정적이 흐른뒤, 오히려 두 사람은 더욱 더 뛸뜻이 좋아하고 있었다.

"역시 우리 눈이 맞았어!!! 신이시여, 올해는 추리 동아리의 해입니다!"
"금년은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하겠구나! 형, 우리 어쩌면 올해는 영국을 가볼 수 있어!"
"저...괜찮으세요?"
"뭐가, 후배?"
"아니, 죄송합니다. 처음 본 선배님들에게 그런 말을 해서. 저, 가볼께요."

둘이 동시에 너무 사랑스러운 눈으로 려욱을 쳐다보며 대답하는 바람에, 살짝 무안함을 느낀 려욱은 적당히 얼버무리며, 그 자리를 떠나려고 하고 있었다.

"잠깐! 그런데 어떻게 이게 가짜라고 말한거지?"
"동해야,동해야, 동해야. 얜 보통 내기가 아니라니까. 혹시 실의 굵기로 궤뚫어본거야? 혹시 고급직물에서 느껴지는 조직의 촘촘함과 섬세함이 보이지 않았어? 아니면, 버튼에 버.버리라는 이름이 새겨져있지 않았다는 것을 본건가?"
"형, 그게 아니라니깐. 신입부원은 폴리 에스테르의 비율이 높은 혼방의 특성을 본거라니까."
"아니면, 혹시 진짜 버.버리 체크와 단 한 군데가 다른 컬러를 눈치챈건가? 그런거야?"
"아니아니. 얜 실의 땀수가 고르지 않다는 점을 눈치챈 것일지도 몰라."
"저...그런게 아니라............"
"뭔데, 후배님? 아니, 신입부원님?"

눈을 반짝이며, 동시에 물어보는 예성과 동해의 질문에 려욱이 대답했다.

"유럽 사이즈 표시는 숫자인데, 선배님들의 코트에는 'Size: M'이라고 표시되어 있는데요."

둘이 늘어놓는 대화의 반 절도 못알아들은 려욱이 머리를 긁적이며, 너무 단순한 이유로 쉽게 판단을 한 것 같은 겸연쩍음에 얼굴이 빨개지고 있었는데도, 동해와 예성은 려욱을 새로운 부원으로 단정짓고, 동아리가 벌써 흥한 것 처럼, 감격에 겨워하고 있었다. 

"형, 들었지? 관찰력 상급이야!"
"피부도 좋고, 얼굴도 곱상한게. 이제 우리부는 드디어! 격식있는 부로 거듭날 수 있어!!!"
"아, 이 자리. 이 자리가 우리에게 행운을 불러 올 줄이야! 예성이형, 지난 날들을 생각하면.."
"동해야, 감격은 나중에 하고. 그래. 우리 한번 이름 좀 날려보자!"
"려욱 후배님, 눈썰미가 좋으세요."

동해가 려욱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하며, 가입 신청서를 작성하는 동안, 예성은 려욱이 말한 맞지않는 논지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선 커피는, 사람은 시각에 의해, 판단한 사실이 미각에도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특히, 남자들의 경우가 시각에 의해서 미각이 좌우되는 경향이 강한데, 그걸 증명하듯, 이 커피 포트에 담긴 음료수를 마시고 거의 대부분의 사람은 아무런 의심없이, 다들 커피라고만 하였는데, 사실 이 커피는 1/10가량의 콜라가 섞여 있었다. 콜라 특유의 단 맛이 커피와 부조화를 일으켜, 이상한 맛을 쉽게 느낄 수 있지만, 테이블 위에 놓아둔 커피 포트에 의한 왜곡 현상과 더불어, 콜라와 섞인 원두 커피는 신 맛을 남기는 로부스타 종으로 우려내어, 그 특유의 신 맛이 커피 특유의 쓴 맛이 함께 맞물려, 미각 중 잔상이 늦게까지 가는 쓴 맛과 신 맛에 의해, 단 맛을 쉽사리 느끼지 못했다. 그렇지만 려욱은 무언가 커피 이외의 성분이 있다는 것을 알아챘으며, 이는 시각의 왜곡에 영향을 받아, 사물의 본질을 흐리지 않는, 판단력을 지녔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람은 시각에 의해, 쉽게 영향을 받는 동물이야. 그 예로, 커피에 다른 성분이 섞였다고 말한 사람은 지금까지 테스트한 250명 가량의 사람들 중에서, 후배가 처음이었어. 그리고 버.버리의 사이즈는, 유심히 살펴보기 전에는 대개 눈치채지 못하는데, 잠시 몇 마디의 대화를 나눈 그 짧은 시간에, 사이즈가 잘못 된것을 알아채고, 지적한 사람 역시, 후배님이 처음이고. 그런데도 투자 동아리를 가겠다는거야?"

"예송이형, 가입 신청서 완료!"

예성의 말을 멍하게 듣고있는 려욱을 대신하여, 가입 신청서 작성 및, 회원 명부에 려욱의 이름을 올려둔 동해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려욱은 지금 이 공간이 너무 낯설어, 아무런 말도, 슬슬 필어오르기 시작하는 연못의 악취도 느껴지지 않았다. '취업 준비해야 하는데.'

"려욱이라고 했나? 솔직히 말해봐. 추리 좋아하지? 아까 반박하면서, 뭔가 마음속에서 희열을 느끼지 않았어? 사람은 반박하기 좋아한다지만, 처음 본 사람. 그것도 선배에게 말을 하기란 쉽지 않지. 넌 구실을 찾고 있었어. 현재 마음에 들지 않는 외부적 상황에 대한 해방을 찾을, 그런 구실 말이야. 우리가 아무리 부원이 없다지만, 아무에게나 가입을 권유하지 않아. 기본적으로 추리에 대한 센스가 없으면, 가입불가를 내려. 하지만 후배님, 후배님은 그런 게 아니잖아?"

심장이 쿵쾅 거리는 소리가 려욱의 귓가에 들려오는 듯 했다.

"물론 취업도 중요해. 하지만 더욱 중요한 건, 니가 정말 좋아하는 일, 재미있는 일을 한번쯤은 해봐야 한다는 거야. 그런 일 하나 없이, 레일을 따라가는 삶. 지겹지않니? 가끔 선로를 바뀌는 일을 할때 느낄 수 있는 짜릿함이 있어야, 너의 사골국물 같은 인생에, 소금을 칠 수 있는거야."

"아, 또 설교하시네. 형, 이미 끝났어. 내가 컴퓨터에도 벌써 이름을 올려두었고. 김려욱 후배? 추리 동아리의 세번째 멤버로 들어오신 걸 환영합니다!"

"자자, 추리 동아리답게, 우리부의 전통은 열 손가락 지장찍기야. 여기에다 찍으면 돼, 동해야!"
"부장! 스템프 대령이오. 려욱 후배님, 곱게 열손가락에 잉크 묻혀, 지장 찍어주시면 돼요."
"네? 네네."

느티나무. 한문으로 괴목이라 쓰이는 나무. 귀신 鬼자가 괴의 한 변을 차지하고 있는 '귀신나무'라는 뜻을 지닌 나무. 지장을 찍는 려욱은 '귀신 나무에 홀려, 지금 추리 동아리가 되는거야.'라고 되뇌이고 있었다.

"왜 그리 뚱한 표정이야, 후배님?"
"선배님."
"왜?"
"느티나무 밑이라, 제가 추리 동아리에 가입하는 거예요."
"알아." "느티나무가 왜?"

모든 것을 안다는 듯 대답한 예성에게, 동해는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물어보고 싶었으나, 때마침 울린 휴대폰 벨소리에, 질문할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그 사이, 자신의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던 예성은, 전화를 받느라 떨어져있는 동해와, 지장을 찍는데 정신이 팔려있는 려욱을 보고, 재빨리 희철에게 문자를 보냈다.

『 철아, 느티나무에 홀리다니 무슨 말이야? -세상에서 제일 멋진 추리부장 예송- 』
『 느티나무는 한문으로는 괴목(槐木), 귀신나무라 불리는 나무인데, 예로부터 영험함이 있다고 해서,
    함부로 가지를 꺾거나, 잎을 따지 않는 나무지. 사당나무가 느티나무임. -난 남자다! 희철.- 』

예성이 문자를 주고받는 사이, 동해는 전화를 끊고, 삼각대를 설치하고 있었다.

"부장, 야, 부장! 삼각대 설치 다했어. 기념해야지!"
"선배님, 지장 다 찍었어요."
"예송이형, 얼른 와! 려욱아, 후배님은 여기에 서시고요. 형은 빨리 여기로 와!"
"알았어! 야, 나만 빼고 찍지 마!"

드디어 부원이 세 명이 된것을 축하하는 기념샷에 찍힌 모습은 서양 문물이 들어오기 시작한 개화기에, 몸에 힘을 단단히 준 양신사들이 기념사진을 찍은 듯한 형상이었다. 연못을 배경으로 느티나무 그늘 아래 놓인 커피 테이블에 앉아있는 세 남자. 특히, 탐정 모자까지 갖춰 쓴 예성덕에, 마치 유.비, 관.우와 장.비가 도.원결.의를 다지던 곳에서, 영국식 티타임을 갖는 1970년대 추리 소설의 삽화에 담긴 탐정들이 모임을 갖는 것 같은 재미있는 모습이 담겨져 있었다.

"푸핫! 이거 재미있는데? 마침 폴라로이드라, 색감도 진짜. 야, 이거 대박!"
"형, 우리 동아리 올해 대박나려나봐!"
"동해야,동해야, 동해야. 내 뭐랬냐. 인중점에 따르면, 올해는 추리 동아리의 해라니까?"
"그런데 선배님들. 도대체 수익 배분율이 왜 저는 10%고, 동해 선배님은 20%, 예성 선배님은 30% 예요?
 그리고 이런 게 왜 동아리에 필요한거죠?"
"형, 지금 현장으로 오래."
"그래? 합의본거야?"

려욱은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다. 빨리 자리 정리하고, 가야한다는 선배들의 말에, 이것저것 챙기고, 부실로 돌아가기에 바빴다. 모든 물건을 정리하고, 나가려는 순간. 동해는 려욱에게 버.버리 코.트를 건넸다.

"자, 입어. 우리부 유니폼."
"선배님, 전 됐어요."
"려욱아, 후배님. 우리 지금 수사가요."
"네, 수사요?"
"야, 니들 뭐해! 주어진 시간은 30분밖에 없다고. 빨리 서둘러!"
"알았어. 암튼 후배님, 얼른 입어주세요."
"전 안 입어요. 입을 수 없는 이유가 있어요."

몸에 선천적으로 양기가 넘쳐서, 3월에도 코트를 입을 수 없을 만큼, 열이 넘쳐 흐른다는 등의 갖은 핑계를 대고있는 려욱이었다. 엉겁결에 들어간 추리부였지만, 그래도 같은 동아리 선배에게, 그것도 입부 첫날부터, 차마 '버.버리 코.트를 입으면, 변태로 보일 확률이 100%라, 여자 친구를 사귀기 쉽지 않다. 게다가 코트의 색도 하필 카키색이라, 전형적인 학교 버.버리맨을 상징하는 그 코트는 절대 입을 수 없다!'라는 말을 할 수는 없었다.

"그래, 그런 이유라면 어쩔 수 없지. 그래도 입어두는게 좋을껄? 오늘은 비올 확률이 75%라고. 게다가 이건 니 생각처럼 가짜가 아닌, 진짜야. 조금만 더 살펴보았으면, 겉에 드러나는 안감 부분만 비슷한 체크무늬로 교체해 둔 트릭이나, 손으로 사이즈를 바꾸느라, 그 부분만 바느질이 틀리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을거야. 그리고 이건 유니폼이니, 꼭 입어야 돼."

동해의 말에, 려욱은 군말없이 유니폼을 받아들었다. 못이기는 척 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사실은 '명품, 명품이라니! 이게 왠 떡이야!'라고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냉큼 코트를 입었다.

"그런데 선배님, 어디로 가는 거예요?"
"여자 기숙사. 사건의뢰 해결하러 가."
"두근두근 거리지, 신입생? 이봐. 추리부라서 니가 여자 기숙사도 보는거야."
"야, 너 나중에 수익율 가지고 딴말 하지 말아주세요, 신입생!"
"동해야,동해야, 동해야. 우리 후배님은 수.익.율에 예민한, 그런 후배 아니야."
"그런데 막내가 따지면 어떻게 할건데?"
"국물도 없어! 이미 사인했잖아."
"와, 완전 악덕이다, 악덕!"

려욱이 들어온 날을 기념하며 찍은 폴라로이드는 동아리방의 한 쪽 귀퉁이에 곱게 붙어있었다. 사진 밑에다, '3월 8일. 괴목결의(槐木決意)'라는 글씨를 적어 둔 려욱은, 늘 허전한 마음이 들었던 가슴 한 귀퉁이가 설레임으로 가득 차오르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자, 추리부. 올해의 첫 사건이다. 출동!"
"옙, 부장!"

3월의 어느날, 버.버리 코.트를 입은 세 명의 남자가 여자 기숙사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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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력탐정을 소환하는 사진! >

임뫄, 꼭 탐정처럼 생겨서는 태성이나 하고!ㅠㅠ
아, 싸움짱..-_-;;;;; 말하기도 조금 민망한 싸움짱이라 괜찮으려나?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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